이 글을 쓰고 이틀이 지난 4/8 오후에 루비박스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래 내용과는 몇몇 부분에서 다른 내용이니, 아래의 글만 읽고 판단하지 마시고 이 글도 함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2008.04.08. 19:46)


약 이삼주쯤 전에 [루비박스]라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루비박스]는 얼마 전에 [엔더의 게임]을 출간했던 출판사입니다.) [루비박스] 측에서는 자신들이 [화성의 공주]에 대한 한국어판 독점 출간 계약을 맺었으니 [기적의책]의 출간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에 걸쳐 출간업무 진행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성의 공주]의 작가 버로우즈는 1950년에 사망하였으니 죽은 지 50년이 넘은 작가입니다. 국내법상 작가 사후 50년이 지난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이 됩니다. 작가가 미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데 [루비박스] 측에서는 피카소의 예를 들며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의 경우, 작가 사후 50년이 지났으나 아직 저작권이 유족과 회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작가입니다.

고로 출간하려면 정식 계약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경우와 같습니다. 피카소도 사후 5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유족/회사에서 전세계에 걸쳐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버로우즈의 경우도 미국의 <Edgar Rice Burroughs, Inc>가 저작권 관리 회사이며, 저희 루비박스 출판사는 최근 이 회사와 정식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상하죠? 피카소는 죽은 지 3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걸 예로 들며 저를 설득하려 하다니요. (게다가 어문저작물과 미술저작물을 같은 범주로 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작권법이라는 게 엄청 복잡하다 보니 혹시나 예외조항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작권법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적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예외조항이 있는지를 문의해 보았습니다.

질의에 대하여 답변드리겠습니다.
 
알고 계신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의 저작물도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됩니다.
그러므로, 저작자 사후 50년까지만 보호되고 달리 예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저작권위원회 측에서는 예외조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상 작가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장해 줍니다. 그러니 [루비박스]의 계약과 무관하게 [기적의책]은 합법적인 출간을 하는 것이죠. 다들 아시는 대로 아직 한미FTA 는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루비박스]의 독점권은, [루비박스]가 미국에서 유통망을 깔고 한국어판을 미국 내에 판매할 경우에나 유효한 독점권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박스]에서는 제게 출간을 하지 말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였습니다. 출간을 강행할 경우 '정식 계약자로써 주요 서점과 웹서점에 판매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하며 '또 추가 조치로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에 관한 사항은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 판결에 따라 기존에 판매됐던 판매분에 대해 소급해서 배상해야 하며, 형사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제가 저작권위원회의 답변 내용을 [루비박스] 측에 보내자 이후로 제게 특별한 연락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그 후로 일주일 이상 [루비박스] 측의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틀 전, 4월 4일에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책에 추천사를 써주기로 한 분과 해설을 써주기로 한 분에게 [루비박스]에서 연락을 했더군요. 자신들은 정식 계약을 한 합법적인 출판사인데 [기적의책]은 계약을 하지 않은 불법 출판을 하는 곳이다, 그러니 원고는 자신들이 쓰겠다, [기적의책]에 원고를 주지 말라 라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거쳐 들은 것이니만큼 내용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혹시나 [루비박스] 담당자 분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루비박스]에 보낸 회신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화성의 공주] 를 당사에서 출간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당사에서는 해당 서적의 출간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식 계약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서점 등에서의 판매를 금지하는 요청을 하실 경우 형법 313조 및 314조에 의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당사의 출간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계속하실 경우 저작권법 137조 6항에 의해 부정발행등의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루비박스] 측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저작권을 계약했다고 해서 독점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의 출간은 극히 합법적인 것이며, [루비박스]의 저작권은 한미FTA가 양국의 비준을 통과한 후에나 성립됩니다. 또한 그런 후에도 [기적의책]의 출간물은 여전히 합법이며 기존 재고가 전량 소진되었을 경우 재간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본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적혀 있는 글 때문에 걱정하시거나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저어됩니다. [기적의책]은 아무 문제가 없는 출간을 하고 있습니다. 절대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이없는 일에 휘말려 출간 진행이 조금 지연되었습니다. 출간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께 이 점 사과드립니다.